누구나의 아린 추억
짝사랑에 관한 시 모음
누구의 시詩인지는 모릅니다.
지금은 아린 추억으로만 남아
발신인의 얼굴도 이름도 기억이 없습니다.
1981년 한창 군대 짬밥을 먹고 있을 때
이춘희 李春姬란 여인으로부터 받은
크리스마스카드에 이런 시가 있었습니다.
"옛날 바다의 어느 곳엔가
바위를 사랑하는
파도가 있었소.
'카프리만'이라고 해둡시다.
파도는 일고 들끓고
낮이나 밤이나
밤위에 한숨을 쉬고 울고
자기에게로 와 달라고 얘기를 했소.
파도는 바위를 사랑하고
둘러싸고
그러면서 차츰차츰 바위를
씻어 파먹어 들어갔소.
그리하여 어느 날
바위는 파도의 성화에 못 이겨
완전히 파 먹혀서
파도의 팔에 가라앉아 버렸다오."
몇 번을 내리읽어도 떠오르는 단어는
"짝사랑"입니다.
질풍노도의 시절에 무던히도 앓았던 사랑!
누구나 한 번쯤은 가슴에 자주색 멍으로
더러는 아린 추억으로 남아 있을
그 짝사랑의 대상들은 모두 다 잘 살고 있으려나...
짝사랑과 연관된 시를 모았습니다.
어쩌면 좋지
자다가 눈을 떴어
방안에 온통 네 생각만 떠다녀
생각을 내보내려고 창문을 열었어
그런데
창밖에 있던 네 생각들이
오히려 밀고 들어오는 겅
어쩌면 좋지
-윤보영-
짝사랑
우연히 마주치고 싶은 사람이 있다네
환한 봄날 꽃길을 거닐다가
플라타너스 그늘 길을 따라 걷다가
은행잎 떨어지는 아스팔트를 밟다가
겨울비 오시는 하늘 아래서도
스쳐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네
만나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네
그저 온종일 기다려도 좋을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네
- 김기만-
그만입니다
사랑했다 한들 당신이 믿으시겠습니까
내 마음 반의반만큼이라도
당신이 이해하시겠습니까
밤새워 그리워한 그 많은 밤
당신이 헤아려 주시겠습니까
당신을 다시 만나고
내 슬픈 세월 넋두리한들
당신이 울어 주시겠습니까
저는 그만입니다
당신이 이해하지 않아도
내 슬픔 헤아리지 않아도
내 눈물 슬퍼하지 않아도
당신이 살아 계시기에
그만입니다
그만입니다
당신을 사랑했기에
그만입니다
살아서 당신 앞에
내 눈물로 쓴 시를 읽어드릴 수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벅차
이젠 행복합니다
-박성빈-
산 하나
저 고운 단풍 보고 있으면
그냥 당신이 그립고 좋습니다
당신을 생각하는
이 삶의 청정함과 애련함을
보듬어 안아다가
언제라도 당신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흩어지고 사라질 내 시간들이
당신 생각으로
저 산 단풍처럼
화려하게 살아 오르고
고운 산 하나
내 눈 아래 들어섭니다
당신,
당신만 생각하면
그냥 당신이 그립고
한없이 세상이 좋아집니다.
- 김용택-
농담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해서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이문재-
별에게 묻다
밤이면 나는 별에게 묻습니다
사랑은 과연 그대처럼 멀리 있는 것인가요.
내 가슴속에 별빛이란 별빛은 다 부어놓고
그리움이란 그리움은 다 일으켜놓고
당신은 그렇게
멀리서
멀리서
무심히만 있는 겁니까
-이정하-
사는 법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나태주-
짝사랑은...
"사랑은 나이와 국경을 초월한다!"
이말은 글로벌화가 되어 버린 작금의 세상에는
그리 와 닿지도 않을 뿐더러
식상한 고전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짝사랑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그 유효기간이 없음은 여전히 불변의 진리입니다.
짝사랑은 늘 아린 추억으로 남습니다.
또는 시도 때도 없이 진한 그리움으로 밀려오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합니다.
짝사랑은 눈물겹도록 보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애증으로 강제로 지우는 사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짝사랑은 언제나 애잔한 아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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