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간의 부모님 제사를 접으며!
우리나라는 6.25 전쟁 이후 사회 전반에 걸쳐서
국민들의 의식과 함께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출산과 장례 문화, 제사의 변화는
국민들의 생활과 의식수준에 따라
동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1월 7일(음력 12월 13일)!
아버님 44주기와 어머님 22주기를 마지막으로
저희 집안에서는 제사를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물려 받아온 조상과 부모님의 제사,
그리고 차례상을 이제 그만 두어야 하는
그 저변의 이유를 다음 5가지로 정리를 했습니다.
첫째는 종교적인 문제로 유교와는 무관하다.
둘째로 제사를 준비하는 주관자가 연로하다.
셋째로 제사 의미가 불분명하고 퇴색되었다.
넷째로 참석하는 인원들이 점점 연로해 간다.
다섯째 제사를 물려주기가 어렵다.
위와 같은 이유로 조상과 부모님을 기리는 제사와,
명절이면 주부들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주는 차례상이
과연 현대 생활에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조상제사 과연 지내는 의미가 있는가?
조상과 부모님 제사, 차례상을
그만두어야 하는 이유 5가지!
첫째 조상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이
대체로 유교와는 무관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년
한국의 종교 현황 보고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국에서 유교는 그 비율이 0.15%에 불과합니다.
반면에 유교식으로 조상제사를 지내는 경우는
의외로 많은 가정에서 지내고 있으나
조상숭배 의식은 많이 흐려진 상태입니다.
제사문화는 조선이 건국되면서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외래문화입니다.
한반도에는 고려 말까지 조상제사라는 개념이나
그러한 풍습이 없었습니다.
고조선에서 고려 말까지는 부여의 영고 (迎鼓),
고구려의 추수를 끝내고 10월에 지내는 동맹 등
천신에게만 제사를 지냈고,
조상에 대한 제사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이성계에 의해 조선이 건국되면서
유교를 국교로 정하면서
조상제사는 중국으로부터 들어옵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유교를 국교로 삼은 이성계에 의해
조상제사가 민간에게 널리 장려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역성혁명에 의한 정권의 안정을 위해
하나의 방편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백성들의 조상에 대한 효도를 운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혁명을 백성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통치수단이었습니다.
조선 건국 직 후 무학대사가 이성계에게
효를 중요시 여기는 백성들에게 조상제사를 장려하면
백성들이 태조의 정권을 옳게 여길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 제안이 조상 제사가 급속도로 확산되게 된 시발점입니다.
제사상에 올라오는 필수품으로 되어 있는
수많은 과일 중에서,
대추, 밤, 곶감은 필수인 이유는 씨앗의 숫자 때문입니다.
씨앗이 하나인 대추는 한 분의 왕을 의미하고,
씨가 세개인 밤은 삼정승을 의미하고,
씨가 여섯 개인 감은 육 판서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 3과일을 제사의 필수로 제사를 지내게 한 것은
"이 나라에 훌륭한 한 분의 임금과,
세 분의 정승과 훌륭한 육 판 서가 계속되어
왕을 잘 보살피게 하소서."라고 기원하는 의도였다고 합니다.
조상제사는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충군 효친의 규율을 위한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조상 제사는 가문의 위세 경쟁으로 변질되어 갔습니다.
1년에 20회 정도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양반이 아니었던 당시 풍조에서,
신분 향상을 열망했던 일반 백성들도
조상제사 경쟁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렇게 조선 후기로 갈수록 제사 풍습은
조선 건국세력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지나치게 번거로운 풍습으로 변질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러한 풍습은 중국에는 없는 우리나라만의
번거롭고 허영적인 악습으로 변질되어 버린 것입니다.
조상제사를 지내는 과정을 보면 '강신(降神)'이라 하여
조상의 혼을 불러오는 순서가 있습니다.
강신으로 오신 조상의 혼이 차려 놓은 제사상에
들러서 음식을 먹고 다녀간다는 것입니다.
이는 아마도 효도를 가장하여 백성들의 민심을
왕에 대한 충성심으로 묶어 두려는 고도의 술책으로
근거도 없고 말도 안 되는 의식입니다.
과연 제사상에 조상이나 부모님의 혼이 다녀갈까요?
그렇다면 그 혼들께 기복의 기도를 드리면 들어줄까요?
한 마디로 이제는 유교의 시발점인 중국에서도 없어진
유교사상의 잔재일 뿐입니다.
조상제사의 종주국인 중국은 어떤가?
조상제사의 시초인 유교의 종주국인 중국이나
그 영향을 받은 일본과 동남아시아 어느 나라에서도
죽은 조상을 위해 조상제사를 지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만이 조상과 부모님께 제사를 지내고
명절에 차례상을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리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즉 종교적인 색채를 띠었던 유교는
국가 통치이념 및 종교 기능을 상실한 채,
조상과 부모님께 지내는 제사만 덩그러니 남은 것입니다.
이성계의 조선이 역사에서 사라진 대한민국에
유교는 국교도 아니고 종교라기에도 미미한
일종의 효를 중시하는 생활철학에 불과합니다.
(이 부분은 저의 개인적인 사견으로
유교를 종교로 가지신 0.15%의 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
아주 미미한 소수의 종교임에도 제사는 여전히
상당수의 가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지내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현상입니다.
대다수의 조상과 부모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자신이 지금 우주의 어느쯤에 살고 있는지,
유교의 이념과 조상제사의 시초가 어떤 것이었는지,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사후 세계는 어떤 것인지,
제사 때 혼이 내려와 방문한다고 어떤 근거로 믿는지,
진정 행복하게 사는 올바른 가치관이 무엇인지 등을
한 번쯤 심사숙고해 보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조선이 역사 속에 묻혀 버렸으니
그들의 통치수단으로 만들었던 제사나 차례도
이제는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하고
그만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둘째 제사와 차례를 준비하는
주관자가 연로하고 힘에 버겁다.
제사가 장손과 장남의 몫이라지만,
작금의 유산상속 등의 판결을 보면
모두가 남녀평등입니다.
그렇다면 조상제사도 각 형제간이
고루 돌아가면서 지내야 맞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장손과 장남에게
모든 제사나 차례의 준비가 맡겨져 있습니다.
거동에 불편이 없을 때는 가능했지만
7~80의 노령의 불편한 몸으로 제사상을
준비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습니다.
예전처럼 인원이 많던 문중이나 식구들이 없는
핵가족화의 작금의 현실에서는,
노령의 몸으로 제사나 차례를 준비해야 할
어떤 의무나 이유나 명분이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조상이나 부모님께 드리는 제사나
명절 때의 차례상 등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셋째 제사 의미가 불분명하고
곤궁하던 시대와 달리 퇴색되었다.
제사의 의미가 효도의 색채가 강했지만
공자의 의도는 다른데에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곤궁하게 살았기 때문에
제사일에 모여서 안부도 전하고
차례 음식을 서로 나눠먹는 음복의 뜻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각종 통신의 발달로
안부 확인은 별 의미가 없고,
제사 후 음복도 별로 먹지를 않습니다.
그만큼 의식주가 풍족해졌고,
핵가족화되면서 젊은 층으로 갈수록
나이 든 사람들이 모이는 단체 모임에는 부정적이며,
나눠 먹는 음식 또한 그 의미가 없습니다.
이와 같이 작금의 제사 의미는 과거와는 달리
완전히 퇴색되어 있습니다.
넷째 참석하는 인원들이
점점 연로하여 참석이 어렵다.
과거에는 거동에 불편이 없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오셨던 분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연로하여
참석인원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상에 대한 인식이나
형제들 간의 부모님에 대한 역사의 대물림이
현실적으로 중단되는 시점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다섯째 제사를 물려주기가 어렵고
받으려 하지 않는다.
위와 같은 상황의 현실에서
조상을 모시는 제사나 부모님의 기일을
2대, 3대의 손자나 증손자에게 물려줄 수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조상들의 제사를
가져가려 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강제로 한다 한들 이뤄질 수 없는 일이고
받는 쪽의 종교적인 이념이 맞지 않기 때문에
더욱이 대를 이어 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제 조상과 부모를 기리는 제사나
명절의 차례상을 그만두어야 한다.
위와같은 5가지 이유로 제사나 차례를
지금 그만둔다 하여 불효이고,
몇 해 뒤에 사정상 그만둔다 하여
불효가 아닐 수 없습니다.
즉 제사나 차례는 효도와는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단지 지금까지 세뇌 당해 왔던
제사는 곧 효도라는 미신적인 개념일 뿐입니다.
조선의 건국과 함께 중국에서 들어와
지난 500여 년 자리 잡았던 조상과 부모에 대한
제사와 차례 상!
고유한 우리 것도 아니면서
조선 초 정치 집단에 의한 이데올로기적 트렌드!
종교적 측면에서도 자신의 종교가 아닌 제사!
이제는 그만 두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유교를 믿는 것도 아니고,
조상의 혼을 접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제사를 주관하는 장남 장손에게 무리가 되고,
제사의 의미는 이미 퇴색되었고,
고령의 몸으로 제사 준비는 불가능하고,
참석하는 인원들이 줄어들고,
다음 대에 제사를 물려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사유로
제사나 차례는 그만두어야 맞습니다.
조상에 대한 제사를 그만둔다고 하여
불효일 것 같은 느낌은 허망한 미신일 뿐입니다.
그러나 몇 십 년을 해오던 관습을 단숨에 그만두려 하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제사 당일이나 명절에
친척들이 식당 같은 제3의 장소에 모여
회식하는 형식의 기념도 좋은 대안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살아 계시는 부모님이나 일가친척,
그리고 형제들에게 더욱 가깝게 지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욱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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